사내 어린이집 등 애매한 경영 항목 포함
"공공기관 ESG 진단과 ESG 사업 분리해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 홈페이지 경영공시 화면 캡쳐 [사진=굿모닝경제]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 홈페이지 경영공시 화면 캡쳐 [사진=굿모닝경제]

[굿모닝경제=김성권 기자] 정부의 공공기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강화를 둘러싸고 적합한 평가기준부터 마련하는 게 우선이 아니냐는 지적이 튀어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직장어린이집 지원과 같이 사내 복지로 여겨지는 항목이나 녹색제품 구매 실적 항목 등 과연 ESG 항목에 포함시킬 수 있는 경영 요소인지 의문이 생기는 부분이 광범위해 논란이 되고 있다.

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즉 ESG와 관련된 공시 항목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글로벌 기업들의 경영원칙으로 ESG와 사회적 가치 등이 주목받자 관련 공시 확대의 중요성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공기관들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주요 경영 정보를 공시하고 있다. ESG 관련 새로 추가된 항목의 경우 ▲안전 및 환경 ▲사회공헌활동 ▲상생협력 ▲일가정 양립 등이다.

구체적으로는 안전경영책임보고서, 녹색제품 구매 실적, 봉사·기부 실적, 수의계약 정보, 가족돌봄휴가·휴직, 직장 어린이집 지원이다. 기재부는 ESG 공시 이행사항을 오는 7월 공공기관 평가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공기관에 적합한 ESG 평가항목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도입부터 이뤄지다보니 ESG로 보기 애매한 항목까지 포함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분위기에 휩쓸린 나머지 성급하게 관련 정책을 추진한 게 아니냐는 평가다.

ESG의 도입 취지가 기업의 경영 리스크를 줄이고, 시장에서의 신인도를 높이기 위해 도입됐는데 공기관의 경우 '경영평가를 위한 평가'에 그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재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ESG 광풍이 불면서 모든 걸 ESG로 집어넣으려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며 "평가 이전에 ESG의 취지인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하나의 방법에 부합하느냐에 대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민간 중심으로 만들었던 ESG 평가지표를 가지고 공공기관의 공공성이나 지속가능성을 평가한다는 건 어려운 문제"라며 "도입 이전에 '평가를 해야하는지, 왜 해야하는지,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데 이 단계를 건너 뛴 것"이라고 꼬집었다.

갑작스레 과제가 주어지다보니 공기관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ESG 관련 공시의무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준정부기관이나 발주 물량이 많은 기관들은 업무량 부담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공공기관들은 공시 의무 강화는 그만큼 비재무적인 요소를 요구하는 수준을 높이겠다는 의미이고, 당장 경영평가에도 반영되기 때문에 이행하지 못하면 등급 점수에도 영향이 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김진성 한국기업지배구조원 ESG평가팀장은 "공공기관에 대한 ESG 진단과 그 기관이 ESG 관련 사업을 하는 건 별개의 문제"라며 "예를 들어 환경 관련 분야를 하면 사회가치에서 부족할 수 있는데 이런 점은 구분해서 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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